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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울라브 하우게

garanca 2018. 12. 20. 17:26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대신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 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 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 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며칠 전 아침 출근길

매일 듣는 그 FM

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의 시가 나온다

나는 멍하니 듣고..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 시가 있을까

울라브 하우게

30여년을 정신병동에 갇혀 지내고

노년에 정원사를 하며 손에 도끼를 든채로 숲 속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순하디 순한 시에서 맑은 그의 영혼을 떠올려본다